[기고] 이낙연, ‘길게 보라’는 어머니 말씀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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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낙연, ‘길게 보라’는 어머니 말씀 잊었나
  • [투데이광주전남] 미디어뉴스팀
  • 승인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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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前 전남일보 주필
박상수 前 전남일보 주필

[기고] 박상수 前 전남일보 주필 =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기어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할 모양이다. 연초에 탈당 선언을 하고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재명 대표 피습 사태로 미뤄졌다. 이 전 대표는 일요일인 7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법성포 선영을 찾는 등 결의를 보였다. 이르면 11일 고별 기자회견 후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말 탈당을 거론했을 때 많은 사람이 엄포라고 봤다. 자신의 계파가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스처쯤으로 생각했다. 매사에 진중하기로 소문난 이 전 대표가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가 우유부단한 햄릿이 아니라 저돌적인 돈키호테 기질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곧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여 서글프다.

이 전 대표의 지난날 행보와 언행으로 봤을 때도 이번 탈당은 의외다. 그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열린우리당 창당에 동참하지 않았다. 아버지부터 2대째 지켜온 민주당을 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나다. 신당 가지 마라 잉!” 그 말만 하고 끊었다. 그 후에 어머니께 그 이유를 여쭤봤더니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는 어머니의 조언을 받아들여 열린우리당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경선 패배로 상심하고 있을 때도 어머니는 전화를 걸어 “길게 봐라.”라고 짧게 한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에 민주당 개혁파가 주도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은 ‘발전적 해체’ 내지 ‘창조적 파괴’로 봐야 한다. 그걸 거부하고 잔류한 의원들은 수구 보수를 자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전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그 후 2004년 3월 12일 잔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야합해 국회에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다. 투표자 중 2명의 반대표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했지만,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큰 비난을 받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진정으로 민주당을 사랑한다면 탈당과 신당 창당을 멈춰야 한다. 그는 최근에도 민주당은 모태신앙과 같은 정당이라고 했다. 현재의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로 변하고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아 탈당한다는 것이 논리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누가 봐도 공감하기 힘들다. 2003년에 보인 그의 행보와 태도를 지금과 비교하면 ‘내로남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작 탈당해야 할 때 탈당하지 않고 탈당해서는 안 될 때 탈당을 한다면 올바른 정치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그는 민주당의 대표까지 지낸 원로 아닌가. 큰 전쟁(4월 총선)을 앞두고 적전분열을 하는 것은 그를 정치권으로 이끈 DJ 정신에도 어긋난다.

만약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당장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윤석열의 국민의힘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문재인 정부가 어렵게 이룬 남북 화해와 개혁 조치를 무산시키고 검찰 독재를 노골화하는 윤석열 정권이 총선 승리로 자만에 빠진다면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도권 선거는 1,000~2,000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데 야당이 분열하면 결과는 보나 마나 필패다. 여당에서 이준석 전 대표도 탈당하지 않았느냐고 하겠지만, 개혁 성향의 이준석 신당은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현재 이준석 신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데 반해 이낙연 신당은 지지세가 바닥이다. 이준석은 연일 이낙연 신당과의 연대설을 흘리고 있다. 자칫하면 이재명 싫다고 나가서 이준석 밑으로 들어가는 초라한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은 당내 경선 불복으로 비쳐 그의 정치적 미래마저 위협할 수 있다. 제20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은 이재명에게 큰 표 차이로 졌다. 이낙연은 그의 고향인 광주‧전남에서도 압도하지 못했다. 전남은 겨우 이겼지만, 광주에서는 졌다. 이런 결과는 두 사람이 걸어온 길, 살아온 삶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렵게 치열하게 살아온 이재명과 달리 이낙연은 명문 학교를 졸업해 동아일보 기자를 하다 DJ의 낙하산 공천을 받아 텃밭에서 4선을 했다. 그 후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꽃길만 걸어왔다. 그의 삶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런 결과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걸 불식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YS는 DJ에게 아깝게 졌지만 불복하지 않고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 YS가 그때 불복하고 탈당했더라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고 뒷날 대통령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은 그의 고향 호남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굳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할 필요가 없다. 이낙연 신당이 출범해도 민주당 현역 의원은 한 명도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경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의원들도 등을 돌렸다. 이런 상태로 가면 이낙연 신당이 출범해도 4월 총선에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호남에서도 지역구는 한 석도 건지지 못할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게 된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아까운 호남의 인재가 그렇게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이 전 대표가 여기서 멈추고 당내 투쟁을 통해 후일을 모색하기를 권고한다. 사법 리스크에 건강 문제까지 겹쳐 민주당에서 이재명 체제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4월 총선에서 패배하면 이재명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오늘이라도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깜짝 선언하면 그때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2006년 5‧31 지방선거 후에 지금은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했다는 말씀을 다시 되새겨 보기 바란다. “길게 봐라.”

* 박상수 前 전남일보 주필의 동의를 얻어 '국민생각'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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