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되풀이 되는 역사,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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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되풀이 되는 역사,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6.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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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국정간섭과 농간, 흐려진 물가









박지원 발행인

[투데이광주=박지원 기자] 과거 조선시대,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은 세도가문을 경계하며 왕권의 분산을 막기 위해 애썼다.이 때문에 왕비 간택 과정에도 개입해 부대부인의 집안인 민치록의 딸 명성황후의 간택을 도왔다.그렇게 왕비가 된 명성황후는 해를 거듭해 영향력을 키웠고 훗날 국정 문제로 인해 결국 시아버지와 대립하기에 이른다.모든 부패한 정권이 그러하듯 명성황후의 인척들은 왕비를 등에 업고 나라의 중요 직책에 앉아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백성들을 핍박했다.명성황후 본인도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흥선대원군이 10년여를 노력해 쌓은 국고를 국정이 아닌 사적인 일에 쓰거나 국가소유의 땅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웠다.한날은 명성황후의 오빠였던 민겸호가 나랏녹을 받아 생활했던 군민들에게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녹을 주지 않다가 한달치 월급으로 쌀가마니를 지급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흙과 모래가 반 이상 섞여있어 군민들의 화를 부추겼다.민씨 일가의 권력 장악과 부정부패에 분노한 군민들은 봉기를 일으켜 민겸호의 집에 찾아가 죽이고 불을 지른다. 이것이 1882년 6월 9일에 일어난 임오군란(壬午軍亂)이다.흥선대원군은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겉으로 군민들을 위하는 척 했지만 사실은 이를 이용해 명성황후에게 뺏긴 왕권을 되찾아오고자 했기에 밀명으로 자신의 부하에게 궁에 쳐들어온 군민들을 지휘하도록 했다.이로 인해 명성황후는 밤 9시에 궁녀의 옷을 입고 군민들을 피해 궁을 빠져나가야했으나 흥선대원군은 명성황후의 시체도 확인하지 않고 장례식을 진행하는 등 왕권 되찾기에 여념이 없었다.군민들을 피해 궁을 빠져나온 명성황후는 현재 종로구 소재의 민씨 일가의 집에 몸을 숨겼다가 짐을 꾸린 후 친척이 목사로 지내고 있는 현재의 충북 충주로 피난을 떠났다.- 명성황후는 그곳에서 한 명의 여인을 만난다.명성황후는 충주에서 무당 ‘이성녀’를 만난다. 그녀의 등장은 현재 2016년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과거의 시작을 알린다.이성녀는 관우를 신으로 모시며 신녀노릇을 해 생계를 유지하던 무당으로 충주 목사를 지내던 명성황후의 육촌오빠 민응식의 신임을 받았다.명성황후는 민응식의 소개로 그녀를 알게 됐고, 이성녀는 명성황후에게 자세한 환궁날짜를 제시하며 돌아가게 될 것이라 말했는데 거짓처럼 예언한 날과 비슷한 날짜에 환궁을 하게 된다.이성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명성황후는 그녀를 극진히 대접하며 고종에게 간청해 ‘진령군’이라는 군봉을 내리기까지 하며 그녀의 추종자를 자처하게 된다.명성황후는 이성녀의 뜻에 따라 왕권을 휘둘렀고 이에 이성녀는 궁의 내정을 쥐락펴락하며 실세로 떠올라 궁 안에서 거액의 돈을 쏟아부어 굿판을 벌이는 등의 희대의 국정 농간으로 국고를 탕진한다.당시 이성녀는 현재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처럼 왕권과 명성황후(박근혜 대통령)를 이용해 자신의 부를 축척한 것이다.2003년에 발견된 ‘임오유월일기(壬午六月日記)’는 최근 한글로 번역돼 명성황후가 충주 피난 당시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등 목숨이 위태했다는 기록이 확인됐다.젊을 때 부모님을 차례로 여읜 박근혜 대통령과 임오군란으로 일가 친척들이 죽임을 당한 명성황후의 처지는 매우 흡사하다.군대의 반란에 정신 없이 쫓겨난 터라 심신이 미약하고 정신이 피폐해져 앞날을 무당에게 의지한 채 환궁하는 날을 간절히 기다리며 버텼으리라는 추측이다.이성녀는 무사히 환궁한 뒤 왕권을 휘어잡은 명성황후를 등에 업고 탄탄대로를 걸었다. 명성황후는 자신이 가진 뛰어난 사교능력을 발휘해 이이제이(以夷制夷)를 계략으로 일본을 억압했던 명성황후는 일본의 눈에 나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되고, 그에 충격을 받은 이성녀는 이듬해 따라 죽는다.극적인 역사 ‘을미사변’은 드라마나 영화 소재에 쓰여 명성황후가 조선을 자신보다 아끼고 사랑하며, 쇄국정책을 펼친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대립해 적극적인 자세로 외교에 나서는 등 나라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등 여러 업적을 쌓았다고 알려졌다.잘 입혀진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명성황후의 이러한 면모 또한 오늘 2016년의 그분과 많이 닮았다.현재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 또는 ‘박근혜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비리의 몸집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며 그간의 행적과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국가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멈추고 그간 저지른 비리에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도 국민들은 ‘하야’를 외치며 여전히 분노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비리의 사실관계와 별개로 국가의 수장이 부정부패 논란의 중점에 서 있다는 것 자체로 국민들의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진심으로 깨달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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