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단계를 추구하는 호남의 맛집에서 21세기 신 먹거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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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단계를 추구하는 호남의 맛집에서 21세기 신 먹거리를 찾는다
  • 정경택 기자
  • 승인 202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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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승 팔진미를 설명하는 김미라 명인(사진:정경택)

[투데이광주전남] 정경택 기자=인구 28만 중반을 바라보는 자-타칭 호남 3대 도시 순천은 인물자랑, 맛자랑에 자신있는 도시다. 물산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남다른 이곳 사람들의 특성상 다양한 맛갈난 요리가 무수하다.

아픔도 많았고 큰 역사의 질곡도 수없이 맛 본 호남의 고장 순천의 음식은 그만큼 깊이가 남다른 역사적 의미가 있다. 최근, 정유왜란 발자취를 기억하며 순천 해룡 신성포 일원의 조선 시대 유적지인 순천왜성을 찾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맛갈 나는 강연에서도 순천 음식의 언급이 회자되고 있다.

한 끼 때우는 음식이 있고 인생 음식이 있는 법, 순천의 여느 맛집에서는 그만한 대작을 쉽게 만날 행운도 가능할 것이다. 화려함과 더불어 정신이 깃든 음식을 접할 땐 극한 기쁨을 맛보게 된다.

지난 5월 14일 이틀간 예정이었던 산수정 김미라 음식 명인의 고들빼기 대향연이 급작스런 코로나 지역 확산으로 취소되고 업장에서 소규모로 진행됐다. 필자도 그 자리에 잠시 참여할 영광이 있었다.

그의 수개월 동안 준비한 100여 점의 고들빼기를 주제로 만든 창의적인 그리고 장인정신이 깃든 음식들을 접할 때, 호남의 음식의 위대함을 느꼈다. 재연된 음식 중, 없는 살림에 마을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장기인 음식을 한가지씩 마련해 만들어 졌다는 ‘낙안읍성 팔진미 밥상’은 조선조 어느 서민들의 애환과 인심을 같이 느낄 명품이다.

음식을 통해, 출산을 마친 딸 사랑을 실천한 ‘씨간장을 품은 해물 영계(닭)찜’은 음식 명가의 독특한 가족애를 한마디로 정리해 준다. 그 외에도 신세대 어린이들을 겨냥한 식단을 포함한 독특한 소재를 계발하고 음식의 단계에서 예술의 승화를 이뤄낸 김미라 명인의 정성이 바로 음식 명고장인 순천의 저력이다.

산업위주의 성장시대는 끝났다. 국가 단위의 대대적인 투자가 없이는 승산도 없다. 환경파괴를 동반하는 시설을 끌어온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젠 다양한 강소 아이템이 살아남는 시대다. 평범함으론 이룰 수 없는 경지, 그만큼 지난한 역사를 가져야 나올 수 있는 비범함을 우린 찾고 육성하고 후대에도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편집자 주) 김미라 요리사는 2014년 순천의 맛 음식경연대회 음식점부에서 대상을 거머쥔 후, 남도 외식인 요리경연대회 우수상(2015), 서울 국제 푸드앤테이블 박람회 '서울 국제푸드 그랑프리'대상(2017),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대통령상(2018) 등 화려한 수상 경력과 김치 제조사 자격 1급, 향토 음식지도자 과정 수료(전남대)로 자타 공인의 음식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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