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여행의 다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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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여행의 다른 의미
  • 정경택 기자
  • 승인 2021.0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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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삶은 달걀과 음료수는 내게 ‘추억’이라는 의미
여행 과정 속의 책임감, 부담감, 꾸준함, 용기를 비롯한 수많은 필수 요소들은 그때의 나에겐 거리가 있어
전남대 정주원 학생

[투데이광주전남] 전남대 정주원 학생=여행은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곳에 가는 일’로 정의되어 있다. 익숙치 않은 장소에서 잠시나마 그 곳의 일부가 되는 여행은, 미성년자 시절 내게 가장 의미 있던 것이었다. 유럽, 미국, 호주 등 인기 있는 영어권 나라를 미성년자인 내가 여행하기엔 조금 벅찼다. 돈도 없고, 부모님 동행 없이는 내 안전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내 여행을 포함해 일본, 필리핀, 제주도와 같은 비행기 시간으로 가까운 장소는 ‘도전’하기에는 너무나도 적합한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은 안전에 대한 개념이 미성숙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 내 기억상으론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동창 6명과 가까운 섬나라 ‘도쿄’로 무작정 떠났다. 부모님들을 설득하느라 3주에서 한 달은 소비했던 것 같은데, 이 과정도 남자 7명은 미소를 띠었던 것 같다. 자극적인 행동을 해도 ‘중학생이니까’ , ‘미성숙하니까’라는 말을 해도 무방했던 우리가 신주쿠를 밟았을 때 생각보다 덤덤했다. 숙박도 ‘한인 민박’으로 하고, 기계를 포함해 메뉴판까지 한국어 패치가 돼 있어서 우리가 진짜 원했던 ‘여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자 우린 계획을 즉흥적으로 바꿔버렸고, 한국어가 닿지 않은 시골 ‘키치죠지’로 발을 뗐다.

정말 생각이 없는 이유는 예약했던 숙소를 취소하고 ‘키치죠지’로 떠난 점이다. 여기서 큰 사건 하나가 내게 생겼다. 저녁 노을은 지고 어두워지는 우리에게 잘 수 있는 숙소가 없던 것이었다. 나는 이 상황이 예상치 못해 서로가 서로를 향해 원망과 질타를 보냈다. ‘왜 계획을 바꿨어?’부터 시작한 질타는 여행의 주체자인 내가 받게 되었다. 인간이 참 간사한 게, 일본 시골 한복판에서 꼼짝없이 자게 되니까 앞으로의 걱정보다 이렇게 된 책임에 대해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은 잘 수 없는 건가?’, ‘ 그냥 아무 데서나 잘까?’ , ‘범죄에 연루되면 어떡하지.??’ , ‘근데 이렇게 된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 거지???’ 의 생각이 계속 반복되었고, 우린 여유를 느끼러 갔던 장소에서 공포만 느끼고 있었다.

결국, 우린 포근한 숙소에서 편안히 쉬고, 남은 일정은 다시 원래대로 진행하였고 잘 마무리했다. 이 여행을 좋은 기억으로 남게 도와준 분인 ‘진이 아주머니’는 여행 갔던 친구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회자되는 은인이시다. 그날, 공포와 추위로 등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자신이 운영하는 숙소로 데려다주셨던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도쿄에서 ‘키치죠지’까지 여행을 오셨다가, 귀갓길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 작은 행동에 우리 7명이 살아 돌아왔기에 수많은 여행 중 이 여행이 단연 나에게 소중했고 와닿는다.

사실 글 초반에 여행을 좋아했던 학생이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정말 여행을 좋아하지 그 과정 속의 책임감, 부담감, 꾸준함, 용기를 비롯한 수많은 필수 요소들은 그때의 나에겐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위험했던, 해외여행을 마무리한 우리는 귀국길에 올랐을 때,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정도의 나이 때 그런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 항상 감사하는 내 꿈은, 성인이 된 지금 자그마하게 여행 가이드를 꿈꾸고 있다. 초등학교 때 할머니와 단둘이 손잡고 탔던 기차와 양계장을 하시던 할머니의 삶은 달걀과 음료수는 내게 ‘추억’이라는 의미를 남겨준다. 다사다난했던 일본 여행은 ‘경험’을, 고등학교 때 올라와서 떠났던 후쿠오카 여행은 ‘즐거움’으로 기억된다.

지금 코로나 시국으로 우리나라는, 하늘길이 막혀있어 여행을 못 가는 현실이다. 동창끼리 ‘진이 아주머니’를 꼭 보자고 했던 약속은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와 부담감 그리고 즐거움은 잊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단지 호화롭고 풍족한 여행이 아닌, 이불 하나에 포근히 잘 수 있고, 보디랭귀지가 통할 때면 나도 모르게 외국어가 통한 것 같고, 길가의 자판기 하나마저도 사진에 담고 싶은 그런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많은 여행을 떠나고, 또 수많은 추억이 쌓일 것이다. 가는 곳은 바뀌어도 갔던 곳에서 얻은 의미를 간직하는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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