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지켜온 어머니 묘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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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지켜온 어머니 묘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습니다"
  • [투데이광주전남] 미디어뉴스팀
  • 승인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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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 황산면 징의마을에 사는 김모씨가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묘의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봉분이 없어진 자리는 풀만 자라고 있었다. © News1

[투데이광주전남] 미디어뉴스팀 = "여기가 저희 어머니 묘 자리입니다. 어떻게 남의 묘를 파헤쳐 유골까지 부셔서 버릴 수 있습니까?"

36년간 지켜온 묘가 유골과 함께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 징의마을에 사는 김모씨(67)는 지난 2월12일 설 당일 자식, 손자들과 성묘를 갔다가 묘가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부랴부랴 마을 사람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지난해 9월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 건너 마을에서 포크레인을 빌려 묘를 훼손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이모씨(73)가 아들과 함께 찾아와 김씨 어머니 묘를 자신의 어머니묘로 착각해 파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분묘 사이의 거리는 불과 50~60m로, 이씨 어머니 묘는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탓에 잡풀로 덮어져 발견이 쉽지 않았다.

이씨는 관할 면사무소에 파묘 신고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유골을 파쇄해 인근에 뿌려버렸다.

갑자기 어머니 묘와 유골까지 사라지는 날벼락을 맞은 김씨는 앓아누웠다.

이런 일이 발생하려 해서 인지 지난해 배에서 내리다 떨어져 뇌출혈로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김씨의 부인도 부엌에서 일하다 칼이 발에 떨어져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어머니 묘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평소에도 지나가다 자주 들르며 쉬었다 가곤 했는데, 지난해 우환이 겹쳐 찾아가지 못했던 때에 이런 날벼락이 떨어졌다.

김씨는 "아버지가 3살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가 혼자 생선을 팔며 어렵게 저를 키우셨다"며 "하도 많이 생선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다니셔서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송함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뼈라도 있으면 묘를 다시 쓰겠는데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씨가 자신의 어머니 묘를 훼손한 이씨의 어머니 묘를 가리키고 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숲이 우거져 있으며 김씨 어머니 묘와는 50~60m가 떨어져 있다.© 뉴스1

 

 

김씨는 묘를 훼손한 이씨의 연락처를 간신히 확보해 봉분이라도 다시 살리고 어머니 넋을 기릴 수 있도록 천도재를 지내도록 비용이라도 지불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씨는 "실수였다. 잘못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총 재산이 1000만원밖에 없다"면서 김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김씨는 몇 번의 실랑이가 더 있다가 결국 연락을 끊어버린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번 일에 대해 이씨는 "죽고 싶은 심정이다"며 "형편이 어려워 돈을 마련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씨에 따르면 자신이 12살 무렵 어머니가 해남의 고모댁에 놀러갔다가 사고로 사망해 그곳에 묻고 사촌 형님이 묘를 관리해 왔다.

그러던 중 이제 60여년이 지났으니 어머니 묘를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누나 등 친지들의 조언으로 지난해 윤달을 맞아 찾아갔다가 이런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씨는 "27년만에 어머니 묘를 찾아갔더니 예전과 다르게 길이 나고 인근에 집도 생겨 착각했다"면서 "요새는 편히 쉬시라며 뼈를 깨끗한 물이나 공기좋은 산에 뿌린다고 해서 절구로 빻아 주변에 고루 뿌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배운 것도 없어 막노동으로 살았으나 몇 번의 교통사고로 몸이 아파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주변에 통사정을 해 빌릴 수 있는 돈이 1000만원 뿐이다"고 울먹였다.

사건을 접수한 해남 경찰은 최근 이씨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당사자간 합의하더라도 처벌이 면제되지 않는다"며 "최종 분묘발굴죄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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