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를 담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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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김치를 담그면서
  • 정경택 기자
  • 승인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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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 김장에서 배워본다(사진:정경택)

[투데이광주전남] 정경택 기자=어린시절, 춥고 배고픈 겨울이면, 동치미 한 바가지, 얼음과 곁들여 퍼오면 채도 썰고 다양한 요리가 됐다. 배추김치 보단 동치미가 기억에 남는 것은 왜일까? 추운 날 독을 묻고 김장김치도 넣었던 기억도 어렴풋하다.

최근 김장은 봉사가 됐다. 작년에는 2천여 명이 모여 김장 봉사하는 행사도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있었다. 집안 김장이야 의례 하는 일이라 여길 정도였다. 식생활이 바뀌니 포장 김치를 사서 먹기도 한다. 왜냐면 김장을 준비하는 것은 일년 내내 정성이 필요해서다.

월등면 계월리 향매실 체험장 김장 봉사 장면

여름가기전에 독에 젓갈 재료를 한가득 넣고 소금간을 해 몇 달은 삭혀야 김장할 때 요긴하다. 고향은 저렴한 갈치 속젓 재료를 사용한다. 비싼 재료는 있겠지만 동네 분들은 대개 그런다.

배추도 필요하고 고추도 필요하다. 봄부터 시작되는 고추 농사는 여름이 고비다. 더운 날씨에 빨간 고추를 따줘야 건조기에 말릴 수 있으니, 햇볕에 탈진할 위기에도 쭈그리고 앉아 고추밭을 관리한다. 열심히 따서 말리는 작업을 여러 번 해야 고춧가루가 된다. 몇 그루 고추로는 턱도 없다.

배추도 좋은 종으로 골라야 하는데, 생물은 몇 달 후, 몇 년 후에도 사기당했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통통 알이 차면 늦가을이 된다. 무도 심어야 한다. 알타리 무도 일반 무도 다 쓰임새가 있다. 수확 철이 되면 서리가 내리고 매서운 추위가 온다. 자칫 게으름을 피우면 얼어버린 터라 예의주시하면서 집안으로 들여야 한다. 수박만한 배추를 보면 흐믓하고 허접한 놈을 잡으면 아쉽다. 무도 어른 장단지 만한 것도 있지만 엄지 손가락 만한 것도 있어 우열이 확연하다.

추워지면, 장작불에 가마솥을 다군다. 갖은 해물이 육수를 만들어 낸다. 농촌에서 돈들어 가는 부분이 이것이다. 다시마며 밴댕이, 디포리 등을 넣고 펄펄 끓여 육수를 내야 한다. 매운 연기를 마셔가며 활활 타는 불더미를 몇 번이고 앵그라 보면서 살펴야 한다.

봄부터 준비한 젓갈을 걸러내 따로, 통에 보관하고 다양한 야채, 채소를 준비해 양념 준비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쪽파, 미나리, 대파, 마늘, 생강, 당근 등 종류도 너무 많다. 찹쌀가루도 넣어 풀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한번 더 좌절한다. 쓸 만큼 농사를 짓는게 어렵다. 돈주고 사야한다. 일일이 갈아야 하니 귀찮다. 방앗간을 이용해 수고비를 주고 갈아온다.

이제 일일이 배추를 갈라 해체작업을 해야한다. 수박만한 놈들은 작업하기가 만만치 않다. 밑둥을 브이자로 잘라 칼집을 내고 세척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머니들의 인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온수로 하기도 어렵고 고무장갑 안으로 들어오는 냉기는 찌릿찌릿하다.

합천 해인사의 경우는 4만포기 정도 담는다니 상상초월이다. 혼자서 150여 포기 씻기도 며칠이 소요되던데... 각고의 노력이 들어간 후 천일염으로 간수를 내고 차곡차곡 절임 배추를 만드어 낸다. 초보 농부로는 여러번 시행착오 해야만 배추 숨이 죽는단 걸 알게 된다. 이제 거진 준비가 됐다. 같이 수육도 삶고 양념을 만들고 판을 깔아 절임배추를 쌓아 하나씩 양념을 발라 본다. 귀한 한포기 김장이 드디어 완성됐다. 막걸리에 수육을 곁들인 새참도 맛나다. 맛이 있건 없건 이웃과 나누고 가족들도 나눠준다. 일년 시골 채소 농사가 끝이 나는 모양새다.

수육엔 김장김치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그동안 눈으로만 대충 보던 것을 자세히 실천해 보니 농사는 생명산업이다. 콩 하나에서 발아가 돼어 김장 육수를 빼는 땔감 콩대가 되는 과정이 너무 대단하다. 수십 알은 족히 나오는 몇배의 대박 수지 장사니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 배추나 무 버릴 것이 없다. 볕에 바람에 말려 씨가래 거리로 만들어 낸다. 어른들이 고령화 되어 김장 문화가 사문화 되는 요즘, 남자들도 김장을 배워야 생명산업이 끊기지 않을 거란 푸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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