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젠 치수(治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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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젠 치수(治水)의 시대
  • 정경택 기자
  • 승인 2020.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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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처럼 장기간 대비책 필요
수자원공사 탓만 할 때가 아니다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치수에 신경써 줘야

[투데이광주전남 정경택기자] 잘되면 내탓, 못되면 남탓이 인지상정이다. 불가항력적 재난 앞에서는 정부를 탓하고 공격할 대상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얼마전 중국 남부의 지속적인 장마로 거대한 강의 범람으로 인해 6500만명이 넘는 많은 이재민이 생기고 샨샤댐이란 인류최대의 댐이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할 때만 해도 우리 대부분 사람들은 강건너 물구경하며 있는 격이었다. 초당 억단위 톤의 양을 방류한다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우린 당시 그랬다. 중국이란 존재가 거대하고 사람이 많아 소위 티도 안 난다는 경외반, 조롱반으로 지냈다.

일부 전문가가 지적하듯 그 막대한 양이 서해로 흘러들어 오고  한반도에 해수면의 영향을 끼칠것이란 지적도 설마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불과 보름이 안 걸렸다. 잘은 모르지만 거대한 물 폭탄을 쏟는 기압골이 한반도에 영향을 안 끼치리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디서 나온 무지일까?

한 해가 다르게 기후변화가 오고 있다. 사시사철이 뚜렸했던 우리나라가 이젠 동남아 기후라는 말이 입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이런 기후 변화가 이번 최악의 장마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전남의 경우를 봐도 이번 여름에 해를 본 날이 손에 꼽는 상황이었다. 하루하루 최대 장마라는 기록을 깨고 있다고 메스컴에서 떠들고 있다. 섬진강 댐(임실 소재)을 기점으로 경남 하동 화개장터까지를 섬진강 수계지역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지난 7일 즈음부터 내린 장대비로 남원과 담양, 곡성, 구례, 순천 황전, 광양 다압, 하동으로 줄줄히 막대한 양의 빗물이 유입되면서 곳곳에 폐허를 만들어 버렸다.

지금 당장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수자원 공사의 탓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책임을 지우려는 일반적인 정서와 같은 것이다. 며칠 전부터 방류를 했더라면... 경고를 미리 했더라면 식으로 수자원공사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과연 수자원공사의 탓인가? 아니라고 본다.

전남의 경우 섬진강 댐이란 생소하고 낯설은 이곳의 중요성은 전문가들외에 몇이나 관심을 갖었을까? 수자원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이곳이 버티어 줘서 그나마 이 정도라는 말이 있다. 지자체의 기본이 치수에 있으나, 장들이나 시민들이 평소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묻고 싶다.

중국은 태고부터 치수를 정치의 틀로 삼아온 곳이나, 속절없게도 참화를 당했다. 그 때, 우린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낡은 제방은 없는지, 배수펌프 작동은 잘되는지, 기록적인 강우량이 오면 난개발로 지어진 집들의 피해, 태양광 개발한다고 곳곳에 벌거숭이 상태의 산들이 산사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인지 이런 부분을 확인했어야 했다.

평화의 시대, 번영의 시대에 살면서 긴장이 풀렸다. 개발이 최고인 줄 알고 자연의 순리를 벗어난 사업들을 무차별식으로 벌여 왔고 환경단체들의 충고를 종북좌파라며 도외시 해온 우리다.

코로나19가 올 줄 누가 예측했을까? 이젠 전 세계의 목줄을 끊으려는 존재가 됐다. 기록적인 사망자 수와 경제적 하락세는 살인적인 상황이다. 이젠 기후다. 언제 어디서 지구의 역습이 올지 모른다. 남탓하고 있지 말자.

다시 치수(治水)를 기치로 살펴야 한다. 우면산 산사태로 서울 한 복판의 아파트들 까지 매몰된 지가 몇 년 안 됐다. 일반 국민들은 삶에 찌들어 잊어버리더라도 공직자들은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예산 반납을 핑계로 멀쩡한 보도블럭 교체하려 하지 말고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치수에 신경써 줘야 한다. 난개발의 부메랑은 꼭 돌아온다. 환경관련 영향평가를 뻘로 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실시해 주길 바란다.

수해 복구에 온 국민들이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치인들의 사진 찍는 장소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누군가의 생명이 달렸고 생계가 위험한 상황이다. 코로나19 K-방역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차세대 안전관련 사업으로 한국형 뉴딜의 한 모델이 됐듯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방식을 바꿔야 그나마 끝없는 미로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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