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양민학살사건의 기억 (10화)
상태바
함평양민학살사건의 기억 (10화)
  • 글 / 백은하 (소설가)
  • 승인 2019.0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산뫼에서 어머니와 함께 형님을 매장했습니다.”
생존자 정응모씨
함평양민학살사건 생존자 정응모씨


[투데이광주] 정응모씨는 1936년생이다. 1950년 12월 당시 전남 함평군 월야면 월악리에서 어머니, 정응모씨, 형님 3모자가 살고 있었다. 그 날 아침,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마을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 앞에 모이자 군인들이 총을 들이대면서 남산뫼로 이동하라고 했다. 남산뫼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각 부락 별로 앉아 있었다.

군인들이 묘등에 기관총을 장착하고 130여명의 사람들을 향해 기관총을 쏘았다. 한차례 사격이 끝나고 군인들이 “지금까지 안 죽은 사람은 명당자리니까 모두 일어나라.”고 말했다. 안 죽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군인들이 다시 총을 쏘았다. 그 날 정응모씨의 형님이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어머니하고 정응모씨가 그 자리에서 형을 매장을 했다.

1950년 12월 7일 해질녘 검은 안개가 마을을 뒤덮었다. 진눈깨비가 내렸다. 어머니와 정응모씨가 남산뫼에 형을 매장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마을이 모두 불에 타 버리고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집도 모두 불에 타 버린 후였다. 살이 에이도록 혹독하게 추운 날이었다.

밤이 되자 어머니와 정응모씨는 텃밭에 짚을 깔고 누웠다. 스르륵 스르륵, 쉭 쉭 하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 대나무잎 소리인지 총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3일 동안 나락타는 냄새, 짚벼늘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