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화순 야사리의 '연인 느티나무' 한쌍...장엄(藏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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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화순 야사리의 '연인 느티나무' 한쌍...장엄(藏嚴)
  • 신종천 선임기자
  • 승인 2022.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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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400년, 전남 기념물 제235호...마을 사람들 수호신 당산나무
한 그루로 이루기 힘들 만큼 너른 수관 폭의 장엄한 위용 '눈길'
마을의 안녕을 지켜온 당산나무이자 주민들의 영원한 휴식처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에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아름답게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옛 이서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하고 있는 고목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다정한 연인처럼 사이좋게 서 있다. 이른바 '연인 느티나무'다./신종천 선임기자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에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아름답게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옛 이서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하고 있는 고목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다정한 연인처럼 사이좋게 서 있다. 이른바 '연인 느티나무'다./신종천 선임기자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전남 화순군엔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아름답게 ‘하나’로 어우러진 장엄한 위용이 눈길을  끈다.

이 거대한 느티나무의 높이는 23~25m이고 가슴 높이 지름은 4.9~5.3m이며, 수관(樹冠) 지름은 14~19m, 줄기 둘레 7m 쯤 되는 400살 된 늙은 나무다. 두 그루 중 남쪽의 나무는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서 굵은 가지를 제 키 보다 더 길게 뻗어냈고, 북쪽의 나무는 꼿꼿하게 서서 나무의 중심을 잡았다. 바로 옛 이서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하고 있는 고목 느티나무. 두 그루의 나무가 다정한 연인처럼 사이좋게 서 있다. 이른바 '연인 느티나무'다.

최근 화순군에서 추진 중인 ‘화순적벽투어’ 버스 출발지이기도 한 이 마을은 무등산에서 발원한 영신천을 따라 형성된 자연촌락으로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400년이며 2005년 전남 기념물 제235호로 지정, 마을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겨 수호신으로 보호하고 있는 당산나무다.

이곳엔 예전에는 전남 화순군 동면중학교 이서분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학교 담장을 빠르게 지나면서 얼핏 보면 야사리 느티나무는 그저 크고 잘생긴 한 그루의 느티나무로 보였다.

그러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학교 안으로 들어서서 바라보면 두 그루의 나무가 바짝 붙어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그루로서는 이루기 힘들 만큼 너른 수관 폭을 가진 장엄한 위용의 느티나무로 보이는 건 자연스럽다.

두 그루 모두 마주 바라본 방향으로는 가지를 뻗지 않고 위로만 솟아올랐다. 서로의 자람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게다. 한 쌍의 느티나무가 펼친 그늘의 폭은 사방으로 30m를 훌쩍 넘는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나무는 아무래도 이 학교 아이들에게는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을 듯하다.

동네 어르신께 느티나무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더라도 직선으로 내달리지 못하고, 나무 주위를 마치 숨바꼭질 하듯 돌아야만 했다 한다. 하지만 아이들 누구도 나무에 불평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마을의 안녕을 지켜온 당산나무인 까닭이다. 어린아이들은 무덥던 여름날이면 놀다가도 지친 몸을 달래 주느건 느티나무였다. 느티나무는 그야말로 어린이들의 휴식처였다. 그리고 미술시간이면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의 대상은 느티나무를 주재로 그렸으니 그림은 모두 똑같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은 동네 당산나무에 대해 귀띔 한다. 마을에는 당산나무가 세 그루 있는데 학교 교정 안의 느티나무 외에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은행나무와 마을 앞 논 너머에 있는 또 하나의 나무가 모두 당산나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정월대보름 전날 밤에는 세 곳에서 차례대로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고 전한다.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에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아름답게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옛 이서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하고 있는 고목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다정한 연인처럼 사이좋게 서 있다. 이른바 '연인 느티나무'다./신종천 선임기자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에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아름답게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옛 이서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하고 있는 고목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다정한 연인처럼 사이좋게 서 있다. 이른바 '연인 느티나무'다./신종천 선임기자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였고, 남쪽에 할아버지 당산나무가 따로 있었으나 지금은 고사되어 같은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어 관리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당제를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이 당산나무는 마을 농사의 풍년과 안녕을 지켜주는 고마운 나무일뿐이라며 죽지 않고 오랫동안 살면서 마을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는 생육 상태가 양호하고 마을에서 당제를 모시는 당산나무이자 향토 문화 보존의 장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2005년 7월 13일 전라남도 기념물 제235호로 지정되었고,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전라남도 기념물로 재지정되었다. 소유자는 전라남도 교육청이고 관리는 화순군청이 맡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03호인 화순 야사리 은행나무와 인접해 있기도 하다.

한편 야사리의 지명은 야사 마을의 지명을 취하여 이름이 붙었다. 야사(野沙) 마을의 뜻은 ‘들 모실’(들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한자 화한 것이다. 야사 마을은 처음에는 평사(平沙)라 했고 이후 금사(錦沙)·사촌(沙村)·사천(沙川)이라 표기하다가 야사(野沙)로 정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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