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시 순천에도 우리를 지켜주는 팽나무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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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도시 순천에도 우리를 지켜주는 팽나무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 정경택 기자
  • 승인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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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자태를 뽐내며 400여 년 동안 한자리를 우직하게 지켜 온 보호수
순천시 교량동 교량마을 소재 350년 된 팽나무(사진:백승한 교수)

 

[투데이광주전남/순천의 브랜드를 찾아서] 백승한 제일대학교 기획처장 = 최근‘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그리고 우영우’라는 재미나는 대사를 기억에 남게 한 천재 자폐 변호사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현실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저런 평등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인지 드라마 소재부터 배우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 중 극 중에서‘소덕동 팽나무’로 설정된 일명‘우영우 팽나무’가 관심을 받으며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었다는 기사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는 도심 전체가 정원인 순천 도사동(교량동 교량마을)에도 아름드리 자태를 뽐내며 400여 년 동안 한자리를 우직하게 지켜 온 보호수인 팽나무 할아버지가 계신다. 몇 백년 동안 어김없이 봄이면 파릇한 새순이 돋아나 우리들 마음마저 들뜨게 하고 여름이면 어마어마한 덩치로 그늘을 만들어 세상만물들의 더위를 한소큼 씻겨주신다. 가을에는 비처럼 쏟아지는 낙엽더미에 나도 모르게 시인이 되고 겨울에는 몰아치는 북풍한설을 막아내고서 다시 새봄을 준비하는 그 모습이 볼 때마다 경외스러울 뿐이다.

나무가 주는 이로움은 셀 수 없이 다채롭다. 영양분과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 작용, 기호와 건강을 위해 사용되어지기도 하고 그뿐인가 뜨거운 여름날 그늘이 되어주고 바람막이로서 농작물을 보호해주기도 하며 산사태를 막아 마을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이뿐인가. 동물들의 유용한 터전이기도 하면서 미물인 곤충, 미생물이 생명활동을 할 수 있게끔 실로 아낌없이 주는 게 나무인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은 숯으로 산회되어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바로 나무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나무의 무한한 덕을 예술로 승화시켜 예나 지금이나 배우려고 한다.

나무는 삶의 지혜를 속삭여주기도 한다. 장자(莊子)의 달생편(達生篇)에서 나오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은 초스피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중도일보)’에서는 과학의 발전에 비례하여 양심, 인내, 관용, 겸손 등 인간이 갖는 기본적 가치는 점차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목계(木鷄)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1.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려야 한다. 2. 남의 소리와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3.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한다. 즉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광채와 능력을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기에 그 빛은 더욱 빛날 수 있고, 목계(木鷄)처럼 자기감정(自己感情)의 평정(平靜)을 유지할 수 있기에 남들이 쉽게 도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가르친 것으로도 유명하며 성웅 이순신 장군께서 옥포해전을 앞두고 병사들에게 전장의 여유와 냉철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말씀이기도 하다.

나무 이력서(사진:백승한 교수)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의 당당한 위품을 지닌 순천만 국가정원을 산책해 본다. 헬기로 아무리 들어 올리려 해도 꿈쩍도 하진 않던 나무가 막걸리 한잔을 권해 받고서 거짓말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던 박람회장에 처음 이식되었던 ‘지구정원 1번 나무’, 수령 300년의 생명의 은인 나무인 ‘기막힌 모과나무’, 조금만 늦었더라면 베어질 운명이었던 ‘5분 전 은행나무’, 베어질 운명에서 새 보금자리로 옮겨와 새 생명을 얻은 ‘위풍당당 팽나무’ 등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은 사연을 간직한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장사익 소리나무’ 느티나무 아래서 관람객의 마음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될 것이고, 전 세계를 무대로 아름다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조수미 도전나무’ 튤립나무, 세계 무대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는 그를 따르려는 후배들의 귀감이 될 ‘기성용 꿈나무’ 느릅나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히딩크 희망나무’ 호두나무 등 우리에게 귀감이 될 인물들이 손수 기증한 나무들 아래서 우리들의 소박한 꿈도 영글어 갈 것이다. 특별한 자태를 뽐내는 나무도 있다. 깊은 애정을 나누고 있는 비목나무와 산벚나무, 그리고 이 모습을 바로 옆에서 홀로 지켜보는 생강나무의 ‘숲속의 연인목과 질투하는 생강나무’, 암수가 서로 다른 나무 3그루가 뿌리부분에서 함께 자라고 있는 두 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근심먹은 은행나무’, 순천만의 S자 모양을 닮아 눈길을 끄는 ‘S자 소나무’, 어린이 놀이시설로 활용 가능할만큼 누워있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아낌없이 주는 포플러 나무’, 원래 수령 50년의 팽나무, 수령 30년의 산벚나무, 수령 10년의 때죽나무가 한곳에 사이좋게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삼형제 연리목이었지만 태풍 볼라벤의 강한 바람이 산벚나무를 부러뜨려 지금은 팽나무와 때죽나무만 남게 된 사연의 ‘안타까운 형제 연리목’, 수령 30년의 명인 ‘홍쌍리 매화나무’, 다른 나무들처럼 쭉쭉 뻗지 못해 아프고 힘들었을텐데도 그 시절을 견뎌낸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의 수령 70년의 ‘사슴뿔 닮은 노각나무’ 등은 정원박람회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갑자기 걱정이 스쳐 온다. 드라마에 나온 경남 창원 소재 팽나무가 밀려드는 관광객들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고 마을 주민들의 생업까지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우려가 있다. 교량마을 팽나무 역시 선조들이 지켜왔기에 우리 역시 후손들에게도 물려 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원수도 순천시민의 자부심으로 수호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문득 나만의 인생나무 한그루 가져 봄이 어떨지 생각해본다. 나무의 덕도 나누고 인내도 터득하고 베품도 배우는 겸손 하고픈 나를 위해서 말이다.

 

 

백승한 교수

편집자 주) 백승한 제일대 기획처장(교수)는 현재 순천제일대학교 커피바리스타&외식조리과 교수이며 순천대표음식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순천특산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 개발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으며 순천 음식문화를 다양한 매체에 소개하고 있는 식품영양 에세이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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