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무더운 늦여름 숲길 곳곳에는 영롱한 보랏빛 맥문동과 메타세쿼이아 길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전남 나주 ‘산림자원연구소’ 메타세쿼이아 길,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그리고 광주 문흥동의 ‘맥문동 숲길’ 에는 자줏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 맥문동 꽃이 일제히 만개해 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 그리고 소나무 숲과 수백 년 묵은 왕버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넓게 가지를 펼친 노거수 숲 밑에는 키 작은 보랏빛 맥문동이 융단처럼 깔려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면 색상은 더욱 선명해지고, 길을 걷는 사람들에겐 치유 느낌을 선사한다.

초록색 난초 비슷한 잎 사이에서 보랏빛 꽃이 피어 보는 이의 넋을 빼앗는다. 소나무, 팽나무 등 키 큰 교목 그늘에서 무리 지어 핀 광경은 참으로 매혹적이다.

보랏빛 향기를 맡고 있노라니 지난번 방문했던 전남 신안군의 박지도 앞 퍼플 섬이 생각난다. 그곳도 온통 보랏빛으로 단장하여 이국적인 느낌을 가졌던 것이 떠오른다. 꽃 군락을 비추며 스며드는 솔숲에 맥문동 오솔길을 걷는 연인들은 영화배우처럼 입을 맞추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댄다. 오늘만큼은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의 표현을 하는 모습에서 젊음이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느낀다.

맥문동은 내한성과 내음성이 매우 강하다. 한겨울에도 성장만 멈출 뿐 지상부가 마르지 않고 푸른 상태를 유지하며, 상업 재배 시에 차광을 하지 않으면 잎이 탈 정도로 그늘에 특화되어 있다. 즉 이 녀석은 베란다에서도 매우 잘 자란다. 애초에 나무 그늘이 져서 잔디가 못 자라는 곳에 잔디 대신으로 심는 식물이며 그늘진 비탈길 같은 곳에도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 심기도 한다. 꽃 색깔이 고급스러운 까닭에 최근 전국 각지에서 공원, 가로변 화단 등에 관상용으로 식재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맥문동(麥門冬, Liriope platyphylla)은 비짜루목 비짜루과 맥문동 속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타이완·일본 등에 분포하고 있다.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짧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잎이 모여 나와 포기를 형성하고, 땅콩 형태로 커진 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된다. 줄기는 20~25cm로 곧게 서며 한여름 서너 달에 걸쳐 꽃이 핀다. 덩이뿌리를 말리면 반투명한 담황색이 되는데,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거나 폐장의 기능을 돕고 기력을 돋우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이것을 강장·거담·진해·강심제 등에 사용한다.

맥문동을 관상용 및 정원의 지피식물로 활용하게 된 계기가 특이한데, 가장 먼저 원예자원으로 활용한 인물이 호암 이병철이다. 90년대 중반 대구시의 한 산림 공무원이 시에 많이 심어진 개잎갈나무의 그늘과 타감작용에 의해 식물이 아무것도 자라지 못해서 고민 중이었다. 그러다가 일 때문에 제일모직 기숙사를 찾아갔을 때 개잎갈나무 아래에 맥문동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고, 그냥 심어보라고 했으면 안 믿을까 봐 주변 동료들에게 견학을 권했다고 한다. 이후 맥문동은 약용보다는 원예식물로서의 가치가 높아졌다. 요즘에는 도심에 있는 공원이나 길 주변 혹은 건물 화단 가장자리나 가로수 주변에 많이 심어놔서 길 가다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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