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소식] 조규춘 작가, 환경 캠페인 문자가구 초대전...'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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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소식] 조규춘 작가, 환경 캠페인 문자가구 초대전...'눈길'
  • 이미루 기자
  • 승인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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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문자·환경캠페인문자 가구 전시
담양 ‘공예미술관 보임쉔’ 열리고 있어
독보적 ‘죽세합판가공장식’ 돋보여
조규춘 작가의 '환경 캠페인 문자가구' 초대전 전시장 입구. [이미루 기자]

[투데이광주전남] 이미루 기자 = 조규춘 작가의 '환경 캠페인 문자가구' 초대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어떠한 한문권역(漢文圈域) 국가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최초의 언어적 가구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특한 가구디자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조규춘 작가의 '환경 캠페인 문자가구' 전시회는 담양 소재 ‘공예미술관 보임쉔’에서 열리고 있다.

조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정년퇴임 후 그동안 제작했던 작품들을 모아 전국순회전시 중이다.

전시회는 길상문자(吉祥文字) 중심의 디자인가구로 구성됐는데 길상문자는 우리나라 전통예술에서 길吉하고 상서祥瑞로운 의미(‘복되고 좋은 운을 불러들인다)로 사용됐던 한자어다.

전시장 내부 [이미루 기자]

전시장의 ‘복복福’이나 ’화려할 화華’, ‘부자 부富’ 등과 같은 이미지의 낱 문자를 적용 변형해 탄생한 '길상문자가구‘는 재앙을 막고 악귀를 쫓기 위해 쓰는 글씨나 무늬가 그려진 부작符作의 의미를 포함한다.

재미있게도 각 가구들은 소유자의 상태에 따라 가구 부속물을 다르게 배치하거나 가감시키는 방법으로 변형을 주어 소유자의 모습과 가장 가깝게 가구를 코디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느냐, 어떻게 연출했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두 겹, 세 겹이 된다.”는 그의 말 처럼 그의 조형적 컨셉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부자 부富, Rich, 610x280x1070 [이미루 기자]
부자 부富, Rich, 610x280x1070 [이미루 기자]

▲부자 부富, Rich, 610x280x1070
이 가구의 가운데 양 옆으로 길쭉한 나무 방망이 두 개가 달려 있다. 이것은 하나의 둥근 방망이를 반으로 쪼갠 것으로 귀걸이를 상징한다. 예부터 부자일수록 귀걸이가 크지 않던가. 사람의 사주에 부가 너무 과하면 이를 떼어내거나 적게 만들어 준다. 가구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코디네이션을 달리 해준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가구는 부적이 될 수 있다.

귀한 열매 귀실 貴實 [이미루 기자]

▲ 귀한 열매 귀실 貴實
두 개의 가구가 만나 하나의 뜻을 이루는 ‘귀실’은 귀한 열매라는 뜻이다. 열매 실實에는 어미 모母가 들어 있다, 매화 매梅에도 어미 모母가 들어 있다. 조 작가는 이른 봄 매화를 보면 어머니 젖줄에서 젖이 분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귀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어머니의 노고가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환경보존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그의 철학이 반영된 ‘환경캠페인 가구’들은 ‘2013년 서울국제환경회의’에서 제시한 ‘인류생존을 위한 최후의 필수품목 7종’(내복, 부채, 자전거, 지렁이, 도서관, 현미, 콘돔)과 작가가 자의적으로 포함시킨 3종(보자기, 지게, 찻물)등 총 10종의 물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 작가는 이 물품의 이름에 맞게 선발된 한자의 낱문들을 혼합하여 전혀 새로운 문자를 탄생시켜 작품에 반영하였다.

가령, 인류가 내복만 잘 입고 지렁이만 잘 보존하여도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화학비료 사용을 근절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안내內’ 자와 ‘옷의衣’ 자를 결합해 내복을 의미하는 문자를, ‘갈거去’와 ‘땅지地 ’자를 결합변형 시켜 ‘지렁이 지’자라는 새로운 문자를 창조해 내복을 껴입고 있는 가구와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안내內’ 자와 ‘옷의衣’ 자를 결합해 내복을 의미하는 디자인가구 [이미루 기자]
‘안내內’ 자와 ‘옷의衣’ 자를 결합해 내복을 의미하는 디자인가구 [이미루 기자]
‘갈거去’와 ‘땅지地 ’자를 결합 변형 시켜만든 ‘지렁이 지’ 를 디자인한 가구 [이미루 기자]

조 작가가 ‘문자가구조형’을 처음 선보이게 된 때는 54년생인 그가 54세가 되던 해였다. 첫 전시회에서 54작으로 출발한 후 연작 형태로 제작하여 모두 100점의 가구들로 구성됐다.

그가 사용하는 주재료는 단단하고 다루기 어려운 부빙가와 마꼬레 등의 열대성 재목과 대나무, 은행나무 등이며 마감재로는 천연오일을 사용했다. 작품은 전통가구의 '결구법'과 ‘죽세합판가공법’이 사용되었다. ‘죽세합판가공법’은 대나무를 볶아서 열처리한 조 작가만의 독보적 기법으로 오랫동안 대나무를 연구․개발하여 이루어낸 성과이다. 그는 이 기법으로 산업디자인 상을 받은 바 있다. 이 기법은 가구의 서랍이나 문짝 등 주로 세부적인 표면 장식으로 사용된다.

‘죽세합판가공법’ 으로 만들어진 가구의 문짝 [이미루 기자]
‘죽세합판가공법’ 으로 만들어진 가구의 문짝 [이미루 기자]

그는 차의 고향 보성 출신답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회인 ‘요차회(樂茶會)’에도 참여하며 전통다도를 익히는 등 차茶문화에도 조예가 깊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차와 가구와 사람의 조화와 일체’라는 그만의 철학이 담겨있는데 그의 가구 대부분에는 차茶문화생활을 위한 다완장(茶碗欌)을 겸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의 가구들은 가구가 아니라 예술작품이다. 형태의 미학과 더불어 범신론적 정서와 루소의 철학이나 노장사상 등이 그만의 독특한 기법들 사이로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가구의 기능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한마디로 예술성과 실용성이 결합 된 예술가구라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다의적이거나 중첩된 문장을 쓰는 시인이며 다방면에 능한 전방위 예술가겸 환경운동가인 조 작가의 면모를 그대로 닮아있다.

작품 전시관에서의 조규춘 작가 [이미루 기자]
작품 전시관에서의 조규춘 작가 [이미루 기자]

한편 조규춘 작가는 현재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이다. 그는 가구디자이너뿐 아니라 행위예술가, 시인, 시낭송퍼포머로 활동하며 퇴임 후 더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부산국제환경예술제포럼 등의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과 전국관광기념품공모전 등 심사위원을 역임하였다. 시집으로는 『공수래 병수거』 『줄탁동시』가 있다. 그 외 다수의 시낭송 퍼포먼스를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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