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출신 김이수 시인, 시집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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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출신 김이수 시인, 시집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출간
  • 정경택 기자
  • 승인 2021.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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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인 “시는 늘 아픈 물음이다!”
평소 SNS 통해 시를 공유, 미리 독자 확보해
'무슨일이 있냐고 묻기에' 시집 표지(사진: 김이수)

 

[투데이광주전남] 정경택 기자= 순천 출신 김이수 시인(순고32회)이 일상에서 시상을 얻어 매일 SNS를 통해 지인에게 보내준 시들(600 여편)을 모아 엄선한 내용을 토대로 시집을 냈다.

출판의 개념으론 새로운 시도로 평소 그의 시를 접한 사람들이 편하게 시의 셰계에 빠질 수 있고 시인의 글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경비도 평소 애독자들이 선주문 형식으로 출판비를 마련해 끈끈한 생활형 시집이 탄생했다.

시인은 시는 늘 ‘물음’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아픈 물음이라고 한다. “시는 질문함으로써만 겨우 시가 된다/ 시도 그렇지만 모든 인문학이/ 자기 내면을 겨냥한 아픈 질문이다”(72쪽, <시는 질문이다> 중에서).

철학이 깊은 물음이라면 시는 아픈 물음이라는 걸까. 과연 시인의 시는 삶의 정곡을 찌르는 물음이라서 아프다. “시는 말일세/ 생각이 엎어진 몸뚱아리고/ 감상을 딛고 일어선 삶이라네/ 시는 황홀한 비상도 찬란한 왕관도 아니라네/ 시는 말일세/ 한없이 고독한 추락이고/ 눈물조차 사치인 남루라네”(129쪽, <시는 말일세> 중에서).

그래서 시인은 자연을 노래하고 자연의 변화를 노래하지만 다 인간 존재와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데까지 미쳐 서정이 서정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해마다 자연의 봄이 간다고 설워하지만 말고 “피지 못한 네 안의 봄”도 챙길 것을 노래한다. “꽃 진 자리에 비 뿌려/ 봄이 간다, 설워 말게// 네 안에 피지 못한 봄/ 살아온 나이만큼 쟁여/ 애달피 울고 있을 테니”(13쪽, <네 안의 봄>). 그래서 시인의 노래는 낱낱의 삶이다. “작가 김훈은 남한산성에서/ ‘지나간 만 끼는 다가올/ 한 끼 앞에서 무효’라 했지만/ 만 끼로 살아낸 삶이 없다면/ 다가올 한 끼 역시 무효야// 산 것들은 세월 따라 금세 지고/ 끼니는 늘 불안하고 허천나서/ 하찮은 낱낱만이 실제 삶이야”(36쪽, <낱낱> 중에서).

시인의 아픈 물음은 풍자로까지 나아간다. “꽃 진 자리엔 열매 맺는데/ 벽보 진 자리엔 뭐가 맺히나”(29쪽, <벽보> 중에서). “밥에 탐욕이 더해질수록 똥들은 밥에서 멀어진다. 오늘도 내가 누는 똥에는 똥파리도 아니 스치운다.”(49쪽, <밥과 똥> 중에서). “오월 꽃밭을 보네/ 죽음보다 깊어진 꽃밭/ 지금은 누구의 나라일까/ 나의 나라는 어디쯤일까/ 오월 꽃밭을 보네/ 돈보다 깊어진 꽃밭”(55쪽, <오월 꽃밭에서> 중에서).

시인은 이 한 권의 시집에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변화를 명징하게 담으면서, 동시에 자기 체험을 통해 인간의 자기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꿰뚫는 안목을 담는다. “그러고 보면 ‘부처가 똥’이듯 밥도 시도 다 마침내는 똥이다. 밥이 밥 같고 시가 시 같아야 똥 눈 소리 향기로울 것 아니냐. 어제 먹은 밥에 오늘 아침 누는 네 똥은 얼마나 향기롭드냐”(20쪽, <밥과 시 그리고 똥> 중에서).

시인은 질문을 넘어 촉촉한 서정으로 삶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아련해요, 어머니/ 삶이 속까지 푸석거리던 그때는 비라도 와야/ 좀 젖어서 푸근했지요/ 비가 와요, 어머니/ 말라 바스라지던 삶/ 눈물로 겨우 재워온 기나긴 세월 건너/ 자박자박 비가 와요, 어머니”(16쪽, <비와 어머니> 중에서). “춘향아, 봄 진다 울지 마라/ 봄 진 자리, 여름으로 찬란할 테니/ 춘향아, 세월 진다 설워 마라/ 세월 진 자리, 사랑으로 뜨거울 테니”(52쪽, <춘향에게> 중에서). “죽음이야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절로 오는 것이니/ 사는 것만 기다릴 일이다/ 그 설렘으로 견딜 삶이다”(67쪽, <사는 것> 중에서).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인은 모든 대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보듬는다. 그래서 시인의 말마다 애틋한 사랑의 노래요, “임이 다녀가신 길은 젖어서도 향기롭다”(35쪽 <사랑이라>)고 한다. 마침내 시인은 “사랑은 흘러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사랑하는 이는 흘러가도/ 그의 사랑은 내 안에 남아/ 나 사랑으로 이 밤을 건너/ 누구라도 흘러가는 거야/ 사랑만 남긴 채 다 가지고/ 사랑을 위해 떠나는 거지”(73쪽, <사랑을 위하여> 중에서).

• 출판사 리뷰

시인이 아침마다 전하는 생생한 자연의 말,
기쁨과 위안과 용기를 얻다

시인은 2018년 4월, 첫 시집 《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을 냈다. 시인은 이후로도 거의 매일 새벽 뒷산에 오르거나 앞강에 노닐며 ‘바람이 전하는 말’을 적어 손수 찍은 사진과 함께 아침마다 SNS 친구들에게 보냈다. 그렇게 3년간 쌓인 시가 600여 편에 이른다. 그 가운데 애독자들이 선별한 154편을 여기에 실었다. 게다가 200명에 이르는 애독자들이 십시일반 선주문으로 힘을 보탠 덕분에 시집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아침마다 시인이 전하는 생생한 자연의 말과 사진을 보며 수천 명에 이르는 SNS 친구들이 기쁨과 위안과 용기와 깨달음을 얻는다. 시인은 신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일을 삶의 보람으로 삼겠다고 한다.

• 지은이 소개

김이수 (isuisu21@hanmail.net)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한살림협동조합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3년간 잡지기자 생활을 했다. 이후 20여 년간 출판사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소속 없이 그 일을 한다. 수년째 거의 매일 새벽, 뒷산이나 앞강에 나가 놀며 시를 써오고 있다. 시집으로 《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201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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