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엔 13년째 '어린이보호구역' 표시…'스쿨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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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엔 13년째 '어린이보호구역' 표시…'스쿨존' 아니라고?
  • [투데이광주전남] 미디어뉴스팀
  • 승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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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노면에 어린이보호구역이 표시돼 있다. 지난 5일 해당 교차로에서 이륜차를 추격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교 5학년생을 들이받았다.2021.1.1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투데이광주전남] 미디어뉴스팀 = 경찰 순찰차에 초등학생이 치이는 사고와 관련, 광주시의 해명이 되레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해당 사고 구간엔 13년 동안이나 노면에 버젓이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광주시가 단순 표기상 오류일 뿐 어린이 보호구역은 아니라는 엉성한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일각에서는 '서둘러 사건을 덮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와 함께 '무책임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일고 있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경찰차에 치인 사고의 발생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8년부터 해당 도로 인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면표시가 있지만, 시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와 광산구,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관할 내 어린이보호구역 관리카드에는 해당 교차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등재돼 있지 않아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공식 입장을 발표한 시 역시 본인들의 답변에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 구역이 왜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데다 관련 기록물도 전무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 해제된 것인지, 지정은 됐지만 관리카드에서 누락된 것인지, 애초에 지정되지 않은 곳에 노면 표기를 잘못한 것인지 알길이 없기 때문이다.

시는 당초 사건 발생이 1주일 넘도록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자 해당 구역의 노면 표기를 지워 사건을 일단락하려는 모양새였다.

관할 지자체인 광산구에 '어린이보호구역을 재정비하라. 노면 표시를 철거하라'는 공문을 전달했고, 구는 이에 따라 노면 표기를 비롯한 부속 시설물을 철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없이 노면 표기를 철거하는 것은 '일방행정'이라는 지적이 일었고, 뒤늦게 공청회를 개최해 지정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민식이법 시행에 발맞춰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광주 5개 자치구내 어린이보호구역 전수조사를 진행했지만 해당 구역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11월 북구 운암동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8.5톤 화물차가 일가족 4명을 들이받아 3살 여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사고 발생 이틀 뒤 현장을 찾아 안전실태를 점검했고,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광주시내 어린이보호구역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함께 보행자 안전 위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재발방지를 약속한 지 50일 만에 재차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가 발생했지만 지정부터 해제, 관리에 대한 기록물이 전무해 관리 부실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사고를 덮어주기 위해 노면표기 실수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고가 난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 여부에 따라 경찰관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일 경우 A경위에 대해 '민식이법'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입건할 수 있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노면에 어린이보호구역이 표시돼 있다. 지난 5일 해당 교차로에서 이륜차를 추격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교 5학년생을 들이받았다.2021.1.1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이와 함께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곳이 13년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발생했던 시민들의 피해보상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구역에서는 보행자 사고가 7건 발생했다. 이중 3건은 어린이보행자 관련 사고였다.

불법주정차 과태료 부과에 대한 문제도 이어진다.

일반도로상에서 발생한 불법주정차 과태료는 4만원이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두배인 8만원을 부과한다. 사례에 따라 최대 12만원까지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주민들은 광주시의 행정처리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광산구 신가동 거주민 오모씨(32)는 "도로 위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써놨으면서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시가 그 지역이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고 독단 결정하는 건 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6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이모씨(40·여)도 "주민들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리스트에 없어서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게 황당하기만 하다"며 "이는 13년동안 시가 시민들을 속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북구 두암동에서 3살 여자애가 숨지면서 어린이들이 안전한 도시 만들겠다고 하던데,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 보강을 하겠다는 거냐"며 "말뿐인 정책말고 이번에는 행동으로 옮기는 정책을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해 대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어린이보호구역을 모두 다 관리할 수가 없는 구조"라며 "주민공청회를 열고 사고가 난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 여부를 재논의할 계획이다. 개선을 해나가갔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5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들이받았다.

경찰관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주행 중인 이륜차를 발견, 단속에 나서던 중 신호를 위반하며 사고를 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에서 17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로,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30m 전 제한속도 50㎞와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글씨가 노면에 표시돼 있다.

그러나 노면 표기와는 다르게 광주시와 광산구, 광주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관할 내 어린이보호구역 리스트인 관리카드에는 해당 교차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등재돼 있지 않으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광주지역 어린이보호구역은 모두 588곳으로 공식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53곳, 서구 103곳, 남구 75곳, 북구 170곳, 광산구 18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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