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650년 백매의 극치 '선암매(仙巖梅)'···관광객 유혹
상태바
[포토에세이] 650년 백매의 극치 '선암매(仙巖梅)'···관광객 유혹
  • 신종천 선임기자
  • 승인 2023.0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50년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 '백매'의 극치

매화 꽃망울 많은 것보다 드문드문 매달린 게 명품

"백매" 활짝 핀 것보다 필 듯 말 듯 함이 좋아

사찰은 벌들의 윙윙거림으로 조용한 산중 시끌벅적
전남 순천 선암사 경내에는 650년 세월 견뎌온 “선암매(仙巖梅)"가 활짝피어 그 향기가 사찰 경내를 돌아 산모퉁이 바깥까지 퍼져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신종천 선임기자
전남 순천 선암사 경내에는 650년 세월 견뎌온 “선암매(仙巖梅)"가 활짝피어 그 향기가 사찰 경내를 돌아 산모퉁이 바깥까지 퍼져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신종천 선임기자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전남 순천 선암사 경내에는 매화 향기가 사찰 경내를 돌아 산모퉁이 바깥까지 퍼지고 있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매화꽃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하자 벌들의 윙윙거림으로 조용한 산중이 야단법석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기 시작한 매화꽃에 사찰은 오랫만에 시끌벅적하다.

3월 중순이면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사찰 지붕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경내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다. 절의 창건 당시 심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종 매화나무가 종정원 돌담길을 따라 수령이 350~650년에 이르는 5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들 매화나무를 가리켜 선암사 선암매(仙巖梅)라고 부른다.

순천 선암사 경내에는 3월 중순이면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사찰 지붕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경내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다./신종천 선임기자
순천 선암사 경내에는 3월 중순이면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사찰 지붕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경내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다./신종천 선임기자

선암매 중에서 수령 약 650년의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가 흰색의 꽃을 피우는데 '백매'라고 부르며 선암매를 대표하는 나무이다. 매화나무 가지의 뒤틀림도 범상치 않다. 드문드문 매단 꽃송이가 봄바람에 피기 시작하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매화꽃은 그 풍경을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든다.

'백매'는 유난히 색이 깨끗하고 한복의 끝단처럼 단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매화나무 둥치(큰 나무의 밑동)에는 이끼가 붙어 있고, 일부 나무껍질이 일어나서 한눈에 봐도 나무가 견뎌 온 오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매화 중에서도 ‘명품’이라 부르지 않은가 싶다.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는 높이가 11m의 백매이며, 이들 선암매는 2007년 1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선암매 여러 나무들은 각기 수령과 나무 높이가 다르며 수령도 제각각이며, 나무 높이는 5~12m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순천 선암사 경내에 홍매가 활짝 피면서 사찰 지붕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경내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다./신종천 선임기자
순천 선암사 경내에 홍매가 활짝 피면서 사찰 지붕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경내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다./신종천 선임기자

경내 이곳저곳에 널리 분포하여 자라고 있는 매화나무들은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는 봄이면 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어 매화를 보기 위해 선암사를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 됐다.

매화의 덕목으로는 둥치(큰 나무의 밑동)가 어린 나무보다 고목이 더 귀하고, 꽃망울이 많은 것보다 드문드문 매달린 게 좋고, 활짝 핀 것보다 필 듯 말 듯하는 게 좋으며, 꽃잎은 겹꽃보다는 홑꽃을 상품(上品)으로 치고, 홍매보다 청매를 높은 격으로 놓으니 선인의 호사 취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매화의 본성이 고운 꽃이라기보다 맑은 꽃이요, 달기보다 매운 꽃이니 날이 추워야 제맛이다. 춘설이 분분히 날리는 가운데 피어난 설중매(雪中梅)가 그것이요, 평생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으며 고고한 학문의 길을 걸었던 송나라 화정(和靖) 선생의 탐매정취(探梅情趣) 또한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리라.

순천 선암사 경내에는 3월 중순이면 백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사찰 지붕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경내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다./신종천 선임기자
순천 선암사 경내에는 3월 중순이면 백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사찰 지붕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경내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다./신종천 선임기자

시인 황동규는 「풍장」에서 선암사 매화에 마음을 빼앗겨 “선암사 매화 처음 만나 수인사 나누고/그 향기 가슴으로 마시고/피부로 마시고······ 꿀에 취한 벌처럼 흐늘 흐늘대다····· 매화의 내장으로 피어·····”라고 읊었다. 선암사가 온통 매화 안에 있는 황홀한 경험을 한다.

선암사는 아름다운 절이다. 천년 고찰의 역사를 인간과 자연의 조화 속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오늘도 조용히 그 자리에 있다. 가난하지만 서럽도록 아름다웠던 절집 풍경들이 사라진 이 즈음에도 선암사는 여전히 아름답다.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529년)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세운 비로암(毘盧庵)을 통일신라 경왕 원년(861년) 도선(道詵)이 재건한 것이라 한다. 이후 선암사는 고려 선종 9년(1092년) 대각(大覺) 의천(義天, 1055~1101년)에 의해 크게 중창된다. 의천의 금란가사와 대각국사 영정, 의천의 부도라고 하는 대각암 부도가 선암사에 전해 오고 있다. 참고로 가사(袈裟)는 원래 바리때와 함께 불법을 전수하는 상징물로, 대각국사 금란가사는 한국 선불교에서 주홍색이 가사의 원천색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조선 선조 30년(1597년) 정유재란(丁酉再亂)으로 사찰이 거의 불타버리다시피 한 선암사는 이후 부분적으로 조금씩 중수되다가 숙종 24년(1698년) 호암 약휴(護岩 若休, 1664~1738년)에 의해 크게 중건됐다. 영조 35년(1759년) 봄 또다시 화재를 당해 계특대사가 중창 불사를 단행했는데, 화재 발생이 산강수약(山强水弱)한 조계산 선암사의 지세 때문이라고 해석해 화재 예방을 위해 산 이름을 청량산(淸凉山)으로 하고 절 이름을 해천사(海泉寺)로 바꾸었다. 그런데도 순조 23년(1823년) 다시 화재가 일어나자 해붕(海鵬)·눌암(訥庵) 스님이 주도해 대대적으로 중창 불사를 했다. 그 후 옛 모습을 되찾아 산과 절 이름을 다시 조계산과 선암사로 되돌렸다.

지금도 선암사에는 전각 곳곳에 물 수(水) 자와 바다 해(海) 자를 각(刻)해 놓아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선암사 일주문을 나가면서 바라보면 ‘청량산 해천사’라고 전각한 현판이 걸려 있어 그 당시의 절박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