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정월대보름 쥐불놀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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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정월대보름 쥐불놀이 이야기
  • 신종천 선임기자
  • 승인 2023.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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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운 동물과 액을 좇는 뜻, 논둑과 밭둑에 불을 놓거나 불놀이를 하는 세시놀이

불의 기세 크면 좋다 하여 각 마을이 다투어 불기세를 크게 하는 풍습도 있어

통조림 깡통을 놀이 도구로 이용하여 생긴것이 쥐불놀이와 결합된 듯
음력 1월 14일이나 보름날 밤에 동네 친구들과 냇가에 나와 횃불놀이를 겸해서 쥐불놀이를 하였다. 깡통에 나무를 잘게 쪼개 넣고 불씨를 살려 원을 그리며 일제히 깡통을 돌리면 이것 또한 멋진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신종천 선임기자
음력 1월 14일이나 보름날 밤에 동네 친구들과 냇가에 나와 횃불놀이를 겸해서 쥐불놀이를 하였다. 깡통에 나무를 잘게 쪼개 넣고 불씨를 살려 원을 그리며 일제히 깡통을 돌리면 이것 또한 멋진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신종천 선임기자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2월 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지금의 7080 세대만 해도 농촌에서 정월 첫 쥐 날[上子日]인 음력 1월 14일이나 보름날 밤에 동네 친구들이 냇가에 나와 횃불놀이를 겸해서 쥐불놀이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날은 동네마다 어린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깡통에 나무를 잘게 쪼개 넣고 불씨를 살려 원을 그리며 돌렸다. 아이들이 냇가에서 일제히 깡통을 돌리면 이것 또한 멋진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설 명절이 다가오면 부모님께서 설날에 입을 새 옷과 새 신발을 사주었다. 동네 아이들은 보통 명절 때 사준 새 옷을 입고 쥐불놀이를 하기 위해 나온다. 친구들과 쥐불놀이에 정신 팔려 놀다 보면 깡통에서 불씨가 날려 종종 옷을 태워 먹기도 했다. 밤새 정신없이 놀다가 집에 돌아와 보면 설날 부모님께서 사주었던 새 옷에 불멍자국이 생겨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다. 부모님께서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모두들 한 번쯤 경험했던 추억이 아닌가 싶다.

쥐불놀이는 잡귀를 쫓고 신성하게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와 함께 잡초를 태움으로써 해충의 알을 죽여 풍작을 기도하며, 봄에 새싹이 날 때 거름이 되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쥐를 비롯한 해로운 동물과 액을 좇는 뜻으로 논둑과 밭둑에 불을 놓거나 불놀이를 하는 세시놀이이다.

이날은 마을마다 청소년들이 자기네 마을 부근에 있는 밭두렁이나 논두렁에다 짚을 놓고 해가 지면 일제히 불을 놓아 잡초를 태운다. 불은 사방에서 일어나 장관을 이루는데, 이것을 쥐불놀이[鼠火戱]라 한다. 이 쥐불의 크고 작음에 따라 그해의 풍흉, 또는 그 마을의 길흉을 점치기도 한다.

불의 기세가 크면 좋다 하여 이날은 각 마을이 서로 다투어가며 불기세를 크게 하는 풍습이 있다. 그리고 다른 마을 사람과 마주서게 되면 쥐불로 해서 다툼도 가끔 일어나는 일이 있으며, 자정이 되면 사람들은 다 자기 마을로 돌아가는데, 들에 놓은 불은 끄지 않는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쥐불놀이도 지방에 따라서 쥐날 놓던 쥐불이 없어지고 정월 열 나흗날 저녁의 달맞이 횃불과 합쳐서 ‘쥐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은 화재 예방을 위해 쥐불을 놓지 못하게 하고 농약이 개발되어 병해충을 구제하므로 쥐불놀이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다.

현대로 오면서 아이들은 깡통의 아래쪽과 옆에 구멍을 뚫고, 깡통에 철사로 긴 고리를 만들어 사용한다. 쥐불놀이를 하는 장소는 달집 태우기 행사를 하는 곳이 주로 이용되는데, 화재의 위험이 적은 넓은 들판이나 논밭에서 행해진다.

불깡통놀이는 쥐불놀이와 함께 행해졌던 놀이인데, 그 유래는 6·25 전쟁 이후 깡통이 보편화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즉 전쟁 중에 공수된 군수 물자 가운데 각종 통조림이 있었는데, 그 깡통을 놀이 도구로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쥐불놀이와 결합되었던 것이다.

깡통 돌리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자정이 가까워지면 불깡통에 넣은 나무가 모두 타올라 밑에는 불씨만 남게 된다. 이때 떼 지어 낮은 동산 위로 올라가거나 강변에 나가서 하늘 높이 불깡통을 던지면, 깡통에 남아 있던 수백 개의 불꽃이 떨어지면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는 마치 정월에 연을 날려 보냄으로써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이, 불깡통을 마지막에 던져 버림으로써 액을 보내고 복을 맞이하기 위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을 몰아내고자 하는 바람이 마침 쥐날에 쥐가 무서워하는 불과 만나 만들어 낸 이 놀이는, 농경사회가 점차 약화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정월대보름 저녁 각 지방 자치 단체 등의 이벤트 행사의 일환으로 행해지면서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 곳곳에서는 올해도 정월대보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광주 칠석동에서는 올해로 40회를 맞이하는 고싸움 축제가 2월 3일부터 5일까지 고싸움놀이테마파크에서 고싸움놀이 시연뿐만 아니라 달집 태우기, 불꽃놀이, 무형문화재공연, 서커스와 마술과 버블공연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등이 진행된다.

또한 전라남도 농업박물관 농업테마공원에서도 2월 4일 오후 5시부터 달집 태우기와 쥐불놀이, 지신밟기 등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2023 낙안읍성 정월대보름행사도 2월 5일 오전 10시부터 임경업 장군 추모제 당산제, 달집 태우기 등 1만 명 규모의 행사가 열린다. 전라남도에서는 도내 곳곳에서 열리는 정월대보름 행사를 전라남도 홈페이지에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자녀들과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한국민속예술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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