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민족의 혼과 삶이 담긴 '황톳-길 (黃土-길)'
상태바
[포토에세이] 민족의 혼과 삶이 담긴 '황톳-길 (黃土-길)'
  • 신종천 선임기자
  • 승인 2022.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토 초가집이 황토 문화의 시초
노화방지, 신진대사 촉진, 만성피로 방지, 각종 성인병 예방 '특효'
바닷가 적조 현상 막는데도 효과 '톡톡'
전북 장수 방화동(訪花洞) 장안산 기슭의 황톳길에서 등산객들이 질퍽하고 부드러운 황톳길을 밟으며 걸어 내려오고 있다./ 신종천 선임기자
전북 장수 방화동(訪花洞) 장안산 기슭의 황톳길에서 등산객들이 질퍽하고 부드러운 황톳길을 밟으며 걸어 내려오고 있다./ 신종천 선임기자

[투데이광주전남] 신종천 선임기자 = 전북 장수 장안산 기슭에서 질퍽하고 부드러운 황톳길을 밟으며 걸어본다. 왠지 살아 숨 쉬고 있는 땅에 신체를 접촉한듯한 기분이랄까? 아니면 황토가 좋다고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속설 때문일까? 나에게 있던 안 좋은 기운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나의 심리를 자극한다. 비가 온 뒤라 황톳길이 질퍽해서 미끌리 듯 몸의 균형을 잡아 발바닥의 예민함을 황토에 전달하며 걸어본다.

온 신경을 발바닥에 집중하며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몸은 땀에 흠뻑 젖어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거의 황톳길이 끝날 무렵에 발을 닦고 세척하는 곳이 눈에 띈다. 그리고 시원하고 아름다운 장수 방화동(訪花洞) 장안산 기슭의 계곡물이 나를 반긴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계곡물에 몸을 던진다. 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올여름엔 계곡물이 뼛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전북 장수 방화동(訪花洞) 장안산 기슭의 황톳길에는 초입을 알리는 현판이 걸려있다./ 신종천 선임기자
전북 장수 방화동(訪花洞) 장안산 기슭의 황톳 생태길에는 초입을 알리는 현판이 걸려있다./ 신종천 선임기자

황토는 누르고 거무스름한 흙을 말한다. 수년 전부터 황토의 효능이 많이 알려지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황톳길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황토 연구가에 따르면 황토는 표면이 넓은 벌집 구조로 수많은 공간이 복층 구조를 이루고 있어, 그 효능은 이것에서 파장되는 원적외선이라고 한다. 황토에서 유익한 원적외선이 복사되어 인체에 흡수됨으로써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짐으로 노화방지, 신진대사 촉진, 만성피로 방지, 각종 성인병 예방, 화상에 효과는 물론 적조 현상을 막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사계절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고 여름철의 습기를 흡수했다가 건조한 계절에 뿜어주고, 흙 미립자 틈 속으로 바람이 통해서 환풍기 구실도 한다는 것이다. 황토에 함유된 효소는 항생작용과 항균 작용에 뛰어나 세균과 곰팡이균을 제거해주고, 체내 노폐물을 분해하고 자정능력이 있어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예로부터 황토는 우리 민족의 문화·역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그중 황토벽과 황토 온돌방의 초가집은 우리 조상들이 살아오면서 황토 문화를 이어 왔다. 우리 선조들은 황토를 단순한 흙의 범주를 뛰어넘어 주거와 식생활에까지 이용했고 건강요법으로도 활용해 왔으며 황토에 농작물을 경작하고, 그릇을 굽는 등 각종 질병 치료에도 활용했다. 최근에는 건축재료와 바닷가의 적조 정화제, 가축사료 첨가제, 황토방, 황토침대 등 용도가 다양해졌다.

황토를 질병 치료용으로 사용한 기록으로는 조선시대 "산해경"에는 특히 소나 말의 질병이나 옴과 종기를 낫게 하는데 황토 요법이 사용되었으며 "본초강목"과 "향약집성방"에는 아궁이 속의 흙을 부인의 어지러움이나 토혈·중풍 치료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으며 상사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황토를 은단처럼 만들어 먹였다고 전한다. 복어의 독을 없애는 데도 황토가 이용되었는데 복어를 먹고 죽어가는 사람을 오동잎, 비파잎, 뽕잎, 박하잎 등을 바닥에 깐 뒤 여기에 눕히고 황토로 몸을 덮어 하룻밤을 지내게 하면 치료가 되었다고 한다.

전북 장수 방화동(訪花洞) 장안산 기슭의 황톳길이 비가 온 뒤끝이라 질퍽하고 부드럽게 보인다./ 신종천 선임기자
전북 장수 방화동(訪花洞) 장안산 기슭의 황톳길이 비가 온 뒤끝이라 유난히 주황색을 띄며, 질퍽하고 부드럽게 보인다./ 신종천 선임기자

황톳길을 걷고 싶다면 가까운 전남 영광군 물무산 행복 숲이 있다. 물무산 뒤편에 위치한 황톳길은 길이가 총 2km로 질퍽한 황톳길 0.6㎞와 마른 황톳길 1.4㎞로 구성돼 이용자의 편의에 따라 선택해 걸을 수 있다. 그리고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삼나무 숲의 피톤치드를 맡으며 황톳길을 걸을 수 있어 가족들과 함께 걷는 것을 추천한다.

장흥 부산초등학교는 맨발 걷기를 선정 운동장에 황톳길을 조성하여 매일 아침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선생님들과 함께 맨발 걷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중간놀이 시간,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걷기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천지(시흥 방향) 휴게ㆍ주유소가 '황톳길 테마공원'을 운영, 장시간 운전으로 지친 운전자와 여행객들에게 좋은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틋 최근엔 곳곳에 황톳길을 조성해 놓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힐링의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가족과 함께 떠나보자.

 

*** 한하운 시(詩) '전라도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西山)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全羅道) 길.

 

* 한센병(나병) 환자 시인 한하운[韓何雲. 1919-1975. 본명은 태영(泰永).함경남도 함주 출신]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