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을 鳳으로 생각하는 ‘전기누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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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을 鳳으로 생각하는 ‘전기누진세’
  • 조영정 기자
  • 승인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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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광주] 조영정 보도총괄 부국장

[투데이광주=조영정 보도총괄 부국장]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국민안전처에서 폭염경보·주의보 문자가 자주 온다.찜통더위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어 샀던 에어컨은 장식용으로 전락했고 에어컨을 틀다가 잘못하면 ‘주택 전기요금 누진제’로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누진세는 구간별로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제도로 전기를 조금 쓰면 평균 이하의 요금을 내지만 기준치를 넘으면 배로 불어난다. 계산해보면 가장 저렴한 1단계와 가장 비싼 6단계에서 11.7배의 요금차이가 났다.누진제를 적용한 다른 나라 대부분은 3~4단계 정도로 나뉘고 최저요금과 최대요금의 차이가 2배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적용된다.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과도한 누진제로 온 국민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문제는 ‘주택용 전기’에만 누진제가 적용된다는 점이며 기업에는 누진세가 붙지 않는다. 그 때문에 국민들이 반발하며 제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 이상 국민에게 세금을 뜯어 기업에게 가져다주는 형태의 낡은 제도를 고수할 이유가 없다.누진세는 1974년 오일쇼크 이후 생겼고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절약을 유도하는 정책이었다. 당시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산업분야에서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서민이 전기를 적게 쓰도록 한 것이다.누진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블랙아웃’ 우려 때문인데 이른 바 대규모 정전사태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 9일 블랙아웃을 대비해 소비를 억제할 필요성 때문에 누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전체 전력 소비량 중 가정용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3%밖에 되지 않는데, 유사시 13%의 가정용전력소비를 줄인다한들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용과 산업용, 일반용의 사용 비율이 대략 3:3:3인 것과 비교해서도 매우 낮고 OECD국가 평균의 55% 수준일 뿐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의 부문별 전기 소비량을 살펴봐도 산업용은 전기소비량 40% 급증했으나 가정용 전기 소비량은 0.5% 증가하는데 그쳤다.조사 결과 산업용 전력소비는 가정용과 상업용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높아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라면 개편을 하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폭염 속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해 마음대로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된 국민이 힘을 모아 누진제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하자 야당에서도 덩달아 전기누진세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가장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산업용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요금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전기는 가장 중요한 사회공공재 중 하나로 정부는 공공재를 제대로 잘 만들어서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그 재화를 누구나 공평하게 향유할 수가 있어야 한다.사실 전기요금 누진제도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때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 저소득층 배려, 부자감세, 전력난 등을 내세우며 개편에 난색을 표했다.정부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주택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을 봉(鳳)으로 생각한다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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